90년대 미국 유학, 공부하러 온 사람과 도피하러 온 사람
제가 미국에서 유학했던 것은 1990년대였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의 미국 유학은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넷도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미국 현지의 생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유학을 간다는 것 자체가 지금보다 훨씬 큰 결심이었고,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었습니다.
저 역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갔습니다.
넉넉한 형편에서 시작한 유학은 아니었습니다.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고,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공부하면서 일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유학은 처음부터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비를 마련할 것인가.
어떻게 가족의 생활비를 감당할 것인가.
어떻게 공부를 마치고 앞으로의 길을 만들어 갈 것인가.
당시 제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유학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1. 미국까지 와서 공부가 목적이 아닌 사람들
당시 제가 보기에 유학생 가운데에는 정말 공부가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유학생이 그랬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나름대로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미국에 왔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미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의 생활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유학생들끼리 모여 카드나 도박을 즐기는 경우도 있었고, 여름방학이면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떠나 카지노에서 상당한 돈을 쓰고 돌아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술에 빠져 지내는 학생들도 있었고, 당시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마약이나 포르노 문화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국이라는 낯선 환경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학의 기회가 아니라 일종의 해방구처럼 받아들였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부모와 학교,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 어느 정도 통제를 받던 젊은이들이 미국에 오면서 갑자기 상당한 자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 자유를 공부와 자기 계발에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방탕한 생활에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족과 함께 미국에 와 있었고,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까지 하면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몇 달 생활비를 걱정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카지노에서 한 번에 큰 돈을 탕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유학생이라는 신분만 같았을 뿐, 미국에 온 이유와 미국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2. 당시에는 보기 드물었던 슈퍼카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자동차였습니다.
90년대 한국에서는 지금처럼 외제차가 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당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고급 수입차나 스포츠카를 유학생이 몰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비싼 차를 구입해 몰고 다니면서 여학생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는 저도 상당히 의아했습니다.
'도대체 유학생 신분으로 저런 생활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
공부를 위해 미국에 온 사람이라면 학비와 생활비를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저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그 돈이 모두 부모에게서 나온 것인지, 다른 방법으로 마련된 것인지는 제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당시의 모든 사람을 한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했던 것은 있었습니다.
미국 유학이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미국은 인생을 바꾸기 위한 기회였고, 누군가에게는 부모의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생활이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한국에서 벗어나 마음껏 놀 수 있는 도피처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3. 한국으로 돌아온 뒤 뉴스에서 다시 보게 된 모습
더 재미있었던 것은 제가 미국에서 생활했던 시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였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이른바 '야타족'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젊은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젊은 남성들의 모습이 사회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뉴스나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저는 미국에서 보았던 일부 유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당시 보도에서는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젊은이들이 이런 새로운 소비 문화와 유흥 문화의 한쪽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등에서 달러를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사회적인 화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달러 자체가 지금보다 훨씬 낯선 존재였습니다.
해외여행도 흔하지 않았고, 미국에서 생활해 본 사람도 지금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일부 젊은이들이 외국에서 익숙해진 소비 문화와 유흥 문화를 한국에서도 그대로 보여주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던 것입니다.
물론 이것 역시 일부 사례를 전체 유학생의 모습으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 시절 미국에서 공부했던 수많은 유학생 가운데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를 마련하고, 졸업 후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였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4. 같은 미국 유학인데 왜 이렇게 달랐을까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 제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같은 미국에 와 있고, 같은 유학생 신분인데 왜 이렇게 생활이 다를까?
저는 가족과 함께 미국에 갔습니다.
아내와 아이의 생활까지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생활할 수 없었습니다.
학비가 부족하면 일을 해야 했고, 생활비가 부족하면 지출을 줄여야 했습니다.
공부를 해야 했고, 가족도 돌봐야 했습니다.
미국 생활이 낭만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혼자 미국에 온 일부 젊은 학생들에게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부모가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주고 있었고, 본인이 당장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 됩니다.
누군가는 도서관으로 갔고,
누군가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누군가는 졸업 후 취업과 이민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카지노로 갔고, 술집과 나이트클럽을 찾았으며, 유학생들끼리 어울려 밤낮없이 놀았습니다.
미국이라는 자유로운 환경이 사람마다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5. 유학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본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금 생각하면 미국 유학이라는 경험이 사람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가려져 있던 사람의 성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책임감이 있던 사람은 미국에서도 책임감 있게 생활했습니다.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은 미국에서도 도서관에 앉아 공부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던 사람은 영어를 배우고 학위를 취득하고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반대로 자유를 즐기는 것에 더 관심이 있던 사람은 미국이라는 환경에서 그 성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부모와 사회의 시선 때문에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국에 가면 영어가 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할 수 있습니다.'
유학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부모의 품을 떠나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게 되는 젊은 학생에게 미국은 엄청난 자유를 주는 동시에 엄청난 책임도 요구하는 공간입니다.
6. 돈이 많다고 유학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90년대의 제 유학 생활을 돌아보면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이 있습니다.
돈이 부족했던 저는 오히려 공부와 생활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비를 걱정해야 했고 생활비도 아껴야 했습니다.
일을 해야 했고, 공부도 해야 했습니다.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 있게 생활해야 했습니다.
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일부 유학생들은 훨씬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돈이 많다는 것과 유학에 성공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이 왜 미국에 왔는지 잊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하러 왔다면 공부를 해야 하고,
학위를 취득하러 왔다면 학위를 취득해야 하며,
취업이나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몇 년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가 인생의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7. 90년대 미국 유학을 기억하며
약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미국에서 보았던 모습들이 상당히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어떤 친구들은 새벽까지 공부했고,
어떤 친구들은 늦게까지 일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학생들은 밤마다 술집과 클럽을 찾아다녔습니다.
여름방학이면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돌아오는 학생도 있었고,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저에게 미국 유학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인생의 중요한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유학은 미국에 가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미국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유학은 인생을 바꾸는 출발점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부모의 돈으로 누리는 몇 년간의 자유였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한국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였습니다.
같은 미국, 같은 유학생, 같은 젊은 나이였지만 결과는 모두 달랐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저는 그 차이가 결국 미국이 아니라 그곳에 간 사람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FAQ 묻고 답하기
Q1. 90년대 미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그렇게 방탕하게 생활했나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만났던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거나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당시 유학생 전체의 모습이 아니라, 같은 유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고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미국 생활을 했던 일부 학생들의 모습입니다.
저 역시 가족과 함께 미국에 가서 공부와 일을 병행했기 때문에 그런 생활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Q2. 왜 미국까지 가서 공부보다 술이나 도박, 유흥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었을까요?
아마 사람마다 이유는 달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보다 해외생활 자체가 훨씬 낯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부모와 학교, 사회의 통제를 받던 젊은 사람들이 미국에 오면서 갑자기 상당한 자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생이라면 그 자유를 공부보다 유흥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면서 미국이라는 환경이 사람의 본래 성향을 더욱 크게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3. 부모가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는 유학생과 그렇지 않은 유학생의 생활 차이도 컸나요?
제가 경험하기로는 상당히 컸습니다.
저는 가족과 함께 유학을 갔기 때문에 생활비와 학비를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했습니다.
돈이 부족하면 일을 해야 했고, 지출도 줄여야 했습니다.
반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충분히 받는 일부 학생들은 그런 고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습니다.
그렇다고 돈이 많은 학생이 모두 방탕하게 생활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했던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돈의 문제가 아니라 그 돈과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Q4. 당시 미국 유학이 지금보다 더 자유로웠나요?
단순히 자유로웠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현지 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려웠고, 한국과 미국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도 지금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부모나 가족이 자녀의 미국 생활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반대로 유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가족에게 자세히 알리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부 젊은이들에게 미국은 상당히 자유로운 공간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Q5. 그렇다면 도피유학은 실패한 유학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젊은 시절에는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유학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느냐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살았다는 사실보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배우고,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든, 미국에 남았든, 결국 자신의 삶에 무엇을 남겼느냐가 중요합니다.
Q6. 지금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국에 가기 전에 먼저 자신의 목적부터 분명히 했으면 합니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간다.'
'한국보다 자유로울 것 같다.'
'미국에 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런 이유만으로 유학을 결정한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부를 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하고, 영어를 배우고, 전공을 공부하고, 졸업 후 취업이나 이민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미국 유학은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미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마무리
요즘의 유학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유학원에서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미국 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보가 많아져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유학을 떠나는 순간부터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결국 본인의 선택이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90년대 미국에서 직접 보았던 여러 유학생들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학을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어느 대학이 좋은가'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 미국에 가려고 하는가, 그리고 미국에서 무엇을 하고 돌아올 것인가.'
저는 이 질문이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90년대 미국 유학 이야기가 앞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